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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리뷰

한국식 저주 의식 (이름, 사진, 소지품) 〈방법(謗法)〉 ‘방법사’ 에피소드 리뷰 [tvN 드라마]

by 1시간 전 발행 되었습니다.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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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방법 캐릭터 포스터
드라마 방법 캐릭터 포스터

 
 
 
 tvN 드라마 ‘방법(謗法)’의 첫 회는 강렬했다.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의 계보를 새로 쓴 이 작품은 단순한 유령 이야기나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지난 1회부터 시청자를 압도한 것은 '방법사'라는 낯선 설정과 그 안에 담긴 냉혹함을 지닌 인간의 욕망이었다. 드라마는 사회의 어두운 권력구조와 신앙, 그리고 기술이 결합된 현대적인 저주를 보여주며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적 완성도를 선보였다.

첫 장면부터 소름 돋는 세계관, ‘방법사’의 존재감

 1화 오프닝은 너무 차가웠다. 기업 '포레스트'의 대표 진경(조민수 분)이 누군가를 향해 "방법을 시도해 보자"는 대사를 내뱉는 순간, 시청자들은 낯선 단어 하나에 매료된다.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단순한 주술사가 아니다. 방법은 이름, 사진, 소지품만으로 다른 사람을 죽게 하는 저주의 의식이다. 그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실보다 훨씬 현실적인 공포로 느껴진다.

 등장인물인 백소진(정지소)이 바로 그 방법사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시선에는 단 한 가지 목적이 있다. 악을 동일한 방법으로 응징하는 것. 첫 등장부터 강렬했던 것은 그녀가 손끝에 묻은 흙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한마디였다. 이것은 죄가 아니다. 방법이야, 이 한 문장은 이 드라마의 세계관을 압축해. 선악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 악을 처벌하기 위해 악의 기술을 사용하는 소녀. 그 역설이 '방법'을 단순한 오컬트물이 아닌 철학적 드라마로 만들어 준다.

정지소의 카리스마, 그리고 엄지원의 현실적 공포

 방법의 중심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다. 기자 임진희(엄지원)와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진이는 정의를 믿지만 그 정의가 무너지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가 포레스트의 어두운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방법'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얽히게 된다.

 엄지원의 연기는 현실적인 공포를 탁월하게 표현한다. 방법이라는 초자연적인 사건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철저하게 인간적이다. 정말 죽었다고요? 이름만 썼는데요?" 그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혼란은 시청자의 감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드라마가 무서운 이유는 괴물이 나와서가 아니다. 그 공포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편 정지소는 철저하게 감정이 배제된 인물로 등장한다. 그녀는 인간이지만 인간적이지 않다. 악을 응징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움직이고, 그 차가운 시선은 오히려 극의 중심을 굳게 잡는다. 특히 누군가의 이름을 한지에 쓰고 손끝으로 흙을 문지르는 장면은 1화의 상징처럼 남았다. 짧은 호흡 속에서도 이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현대 사회의 악을 향한 저주, ‘방법’이 던지는 메시지

 '방법'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무속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악이 있다. 포레스트는 겉으로는 첨단 IT 기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과 부패, 인간 실험이 숨어 있다. 진경(조민수)은 그 악의 정점에 선 인물로 신을 가장한 사람이다. 그녀의 권력욕은 종교적 신념으로 포장돼 있고, 그 결과가 '방법'이라는 기이한 형식으로 나타난다.

 드라마는 현실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투영한다. 부패한 시스템, 언론의 침묵, 권력을 이용한 인간의 조종. 이 모든 것이 저주의 형태로 시각화된다. 결국 이 작품은 악을 악으로 다스려야 하는 시대를 이야기한다. 법과 정의가 무력해진 사회에서 한 소녀가 저주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그 메시지는 잔인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의롭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묘한 감정에 빠져든다. 그녀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시에 응원하게 된다.

연출과 분위기 – 미장센으로 완성된 공포의 현실감

 연출은 섬세하다. 조명은 어둡지만 인위적이지 않고 색감은 차갑지만 생생하다. 카메라는 인물의 표정보다 공간을 먼저 보여준다. 회색 사무실, 먼지 쌓인 신당, 그리고 어딘가 불편한 거리의 풍경. 이러한 시각적 장치는 시청자로 하여금 현실 속 악의 존재를 믿게 한다.

 음악도 절제돼 있다. 불협화음처럼 깔리는 긴장감 속에서 어떤 장면은 아무 소리 없이 진행된다. 그 정적이 오히려 큰 공포를 낳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백소진이 나무 아래 한지에 이름을 쓰고, 피 묻은 손가락으로 흙을 문지르는 순간-시청자들은 숨을 멈추게 된다. 그 짧은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공포는 비명보다 정적에 있었다.

결론 – ‘방법’ 1화, 한국 장르물의 새로운 가능성

 tvN '방법' 1회는 단순한 오컬트물이 아닌, '정의 부재 시대'를 향한 통렬한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엄지원의 현실적인 감정과 정지소의 초현실적인 존재가 절묘하게 맞물리며 극의 깊이를 더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공포나 자극이 아니라 의미에 있다. 무속과 저주라는 낯선 소재로 결국 인간의 윤리와 선택을 묻는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질문은 이미 시작됐다. '악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악이 되어도 괜찮을까?' 1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방법은 그렇게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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