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2025)은 메리 셸리의 원작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창조자와 피조물이라는 양극의 서사를 통해 인간의 오만, 외로움, 그리고 존재의 이유를 탐구한다.
이야기는 두 개의 챕터 [ 빅터의 이야기와 피조물의 이야기 ]로 구성되어 서로의 시선으로 인간성을 비춘다.
🩸 챕터 1. 빅터의 이야기 —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
오스카 아이작이 연기한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폭압적인 교육 속에서 ‘죽음을 정복하겠다’는 광적인 목표를 품게 된다. 이런 초반 장면들은 국적을 달리하지 않고 상처받았던 많은 시청자들을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중요한 서사다.
그는 죽은 시체를 이어 붙여 생명을 창조하려 하지만, 그 과정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오만의 서사로 그려진다.
실험이 성공하고 ‘크리처’가 눈을 뜨는 순간, 빅터는 자신이 바라던 신의 자리에 서지만, 동시에 가장 두려운 거울과 마주한다. 완성 또는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왔지만, 막상 성공을 하고 난 후의 공허함에 빠져들었다.
극 후반부에 피조물은 아버지를 닮은 빅터의 폭력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델 토로는 이를 통해 ‘괴물은 괴물을 낳는다’는 인간의 비극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폭풍우와 함께 실험실이 불타는 장면은 델 토로 특유의 고딕적 낭만으로 가득하다. 불길 속에서 무너지는 탑과 한쪽 다리를 잃은 빅터는, 신이 되려다 불완전한 인간으로 추락한 상징처럼 그려진다.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는 냉철함과 광기, 그리고 마지막의 절망까지 모두 담아내며 캐릭터의 깊이를 완성했다.
🕯️ 챕터 2. 피조물의 이야기 — 괴물의 탄생, 인간의 깨달음
제이콥 엘로디가 연기한 크리처는 단순한 괴물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존재다. 196cm의 장신과 완벽한 분장은 그의 육체적 위압감을 극대화에 성공하지만, 그 속에는 갓 태어난 아이의 순수가 숨어 있다. 그는 숲 속에서 동물들과 교감하며, 눈먼 노인과의 만남을 통해 언어를 배우고 인간의 ‘선함’을 깨닫는다. 극 중반부 크리처의 서사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관객은 괴물이 아니라 ‘배우는 인간’으로서의 프랑켄슈타인을 볼 수 있다.
노인의 죽음 앞에서 크리처는 인간으로서 처음으로 진정한 ‘슬픔’을 경험한다. 그의 눈물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자신이 생명임을 자각하는 순간이다. 이후 그는 자신과 같은 존재, 즉 외롭지 않게 해 줄 ‘동반자’를 만들어달라며 빅터를 찾아가지만, 그의 요청은 또다시 거절당한다. 이때부터 피조물의 여정은 복수의 서사가 아닌, ‘이해받지 못한 생명체의 고독한 생존기’로 변한다.
결혼식 날, 총소리에 놀란 하객들과 윌리엄이 달려와 보지만, 크리처의 품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엘리자베스를 발견한다.
크리처를 제압하려던 윌리엄은 결국 부상을 입고 숨지며, 형 빅터에게 “진짜 괴물은 당신이다”라는 말을 남긴다. 크리처는 엘리자베스를 품에 안고 설산 동굴로 향해, 자신을 유일하게 인간으로 대해준 그녀의 죽음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며, 크리처는 그 순간 ‘사람으로서 두 번째 죽음’을 맞이했다고 느꼈다.
죽음을 앞둔 빅터는 크리처에게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며, “아들인 네가 내 이름을 한 번만 불러다오”라고 마지막 부탁을 남긴다. 크리처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빅터는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어루만지며 숨을 거둔다.
크리처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용서하고 이마에 입맞춤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는 그 순간 “이제 우리 둘 다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느끼며, 자신의 세 번째 ‘죽음’을 맞이한거라고 생각한다.
🌕 결말 — 죽음의 창조자와 불멸의 인간
마지막 북극의 장면은 델 토로의 세계관이 응축된 결론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빅터와 그를 용서하는 크리처, 그리고 서로의 손끝이 닿는 순간은 ‘괴물과 인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장면’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빅터는 죽음 직전 “내 이름을 불러다오”라며 용서를 구하고, 크리처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이름을 부른다. 이 장면은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를 넘어, 결국 둘 다 불완전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순간이다.
엔딩에서 크리처가 햇빛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은 델 토로가 늘 그려온 ‘어둠 속의 구원’을 상징한다. 그의 눈물은 인간이 되기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처럼 보였다.
세 번의 죽음을 겪은 존재 노인의 죽음, 엘리자베스의 죽음, 그리고 빅터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인간의 감정을 완성한 피조물 크리처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 남는다.
🩶 총평
《프랑켄슈타인》(2025)은 델 토로가 평생 탐구해 온 주제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괴물’의 외피를 쓴 인간의 이야기, ‘신’을 꿈꾼 인간의 추락, 그리고 ‘죽음을 배우는 존재’의 눈물까지, 그 모든 것이 섬세하고 장엄하게 맞물린다. 고딕적 미장센과 섬세한 조명, 그리고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음악이 빚어내는 서정은 괴기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델 토로의 진면목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라,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 크리처 드라마다. 창조자의 오만과 피조물의 눈물이 맞닿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음은 부서질 것이나, 부서진 채로 살아가리라."
— 조지 고든 바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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