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ING 《친애하는 X》 5~6화 리뷰
가면을 쓴 아진, 무너져가는 준서, 그리고 처음으로 울어버린 재오

※ 이 글은 5~6화의 주요 전개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1. 레드카펫의 시작, 그리고 아진의 또 다른 가면

 5회는 배우로 성장한 백아진(김유정)이 톱스타 허인강(황인엽)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밟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화려한 조명과 플래시 속 아진은 완벽한 스타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 위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또 하나의 가면이 겹쳐 있다.

 그 옆에 서 있는 인물은 허인강의 옛 애인이자 아진 선배 배우인 레나(이열음). 1~4회에서 보여준 <친애하는 X>의 잔혹한 세계에 비하면 이번 레나의 공격은 다소 약하게 느껴진다. 심선희에게 가해진 폭력의 강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레나는 아진을 견제하기 위해 은근한 비아냥과 질투심을 숨김없이 드러냈고, 이 감정의 온도차가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 2. 레나 → 준서 접근… 하지만 판이 뒤집히는 순간

 레나는 아진을 제대로 흔들기 위해 윤준서(김영대)에게 다가간다. 겉으로는 친절한 선배처럼 다가오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뻔히 보이는 목적이 숨겨져 있어 오히려 더 위험하다. 마치 이번엔 레나가 심성희처럼 당하겠지라는 느낌.

 레나는 백아진의 매니저를 조종해 아진을 곤경에 빠뜨리려 하지만, 우리 소시오패스 아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알아차리고 역공을 준비한다. 매니저의 행동을 역이용해 동영상을 찍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뒤집는 것이다.

 이 역공 과정은 설정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전개가 조금 반복적으로 느껴지고 조금 지루해지는 지점도 있었다. 이미 심성희 파트에서 비슷한 구조를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긴장감이 100%까지 높아지지는 않는 편.

 

💔 3. 6화의 핵심… 재오의 서사가 폭발하다

 이번 5~6화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단연 김재오(김도훈)의 서사다. 4년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 재오는 배달 일을 하며 살아가다, 우연히 배우가 된 아진과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헬멧을 쓴 탓에 아진은 그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다.

 

 이후 이어지는 재오의 과거 회상은, 이 드라마가 왜 ‘피카레스크 멜로’라고 불리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아버지를 정당방위로 살해한 뒤 동생 재웅을 고모에게 맡긴 재오.

 

 그는 첫 월급을 받고 고모의 “계좌로 보내라”는 말을 무시한 채, 동생 얼굴이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현금 봉투를 들고 직접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단호한 현실이다. 쌀을 씻으며 등을 돌린 채, 고모는 말한다.

 

“그래, 너도 형인데 니 동생 챙기고 싶겠지. 그건 안 말려.
근데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 어떤 동생이 지 아빠 죽인 살인자 형 만나고 싶겠어.
왜 내가 이런 말까지 하게 만드니.”

 

그 말에도 재오는 고모를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재웅이 사진… 성적표나 상장 같은 거 받으면 저한테도 보내줘요.
재웅이 안 버리고 잘 키워줘서 고마워요, 고모. 그리고… 미안해요.
내가 고모한테는 평생 속죄하면서 살게요.”

 

 집을 나와 교복 입은 동생이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재오는, 결국 길 한복판에서 흐느끼듯 울어버린다. 이 장면은 이번 회차 전체를 통틀어 가장 슬프고,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었다.

 

🥀 4. 반복되는 가스라이팅 — 준서의 붕괴

 아진과 준서의 관계는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며 더욱 비극적으로 변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진을 괴롭혀왔던 준서의 엄마 황지선(김유미)은, 성인이 된 지금도 똑같은 패턴으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결국 아진은 다시 한 번 준서를 밀어내고, 준서는 아진에게 상처를 준다는 죄책감과 사랑 사이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다른 남자를 만나겠다는 아진을 붙잡지 못한 채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준서의 눈빛은, 사랑·후회·분노·집착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 그대로였다.

 

🧠 5. 허인강 — 아진의 다음 타깃, 그리고 완벽한 설계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아진이 선택한 다음 타깃은 허인강이다. 이번에는 훨씬 더 치밀하다. 아진은 재오를 통해 인강 할머니가 사용하던 수첩을 손에 넣는다. 그 안에는 인강 가족의 취향과 기일, 방문 장소 등이 꼼꼼히 적혀 있다.

 

 “보름에 은관사 다녀오기”라는 메모를 본 아진은, 그 일정에 맞춰 일부러 은관사를 찾아가 인강의 할머니와 마주친다.

 

 이후 매니저를 수첩에 적힌 주소로 이사시키고, 떡을 돌린다는 명분으로 다시 한 번 할머니와 마주친다. 때마침 그 날은 인강의 어머니, 그러니까 할머니의 딸의 기일이기도 하다.

 

 인강이 집에 도착했을 때, 누가 봐도 수상한 이 접근 방식에 그는 분노를 터트린다. 시청자가 보기에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분노다. 그러나 그 순간, 인강이 보기 전에 먼저 눈물을 흘리고 있던 아진의 모습이 묘하게 마음에 걸린다.

 

이후 할머니와 카페에서 다시 마주한 자리에서, 아진은 수첩 속 메모를 놓치지 않는다.

“우리 딸 은아가 좋아하는 음식 – 봄동, 겉절이 김치, 냉이된장국, 계란말이…”

 

라는 문장을 기억해 두었다가, 자연스럽게

 

“어머니도 봄동을 좋아하셨거든요”

 

라고 말하며 마지막 쐐기를 박는다.

 

 인강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매니저도, 과거 아이돌 동료도, 견과류 알레르기까지도 모두 도구로 활용하는 아진. 그 계산된 움직임은 섬뜩하면서도, 동시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 6. 5~6화 엔딩 — 두 남자의 다른 운명

1) 아진 × 인강

 철저히 설계된 접근 끝에, 결국 인강은 아진에게 마음을 연다. 서로의 상처를 이용해 끌어당긴 관계이지만, 화면 속 두 사람은 잠시나마 진짜 연인처럼 웃으며 키스를 나눈다. 아진이 바라던 그림이자, 앞으로 더 위험한 서막이기도 하다.

2) 아진 × 준서

 반대로 준서는 완전히 붕괴하고 있다. 엄마 때문에 아진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 그럼에도 아진을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남자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아진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까지.

 

 술에 취한 채 친구와 싸우고 길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준서의 시선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혼란 그 자체였다.

 

🌟 7. 특별출연 라인업 — 기대 이상의 캐스팅

5~6화에서는 특별출연 배우들의 존재감도 눈에 띄었다.

  • 김지훈 – 최정호 역
  • 황인엽 – 허인강 역
  • 홍종현 – 문도혁 역
  • 윤현수 – 류지혁 역
  • 정우 – 설 감독 역
  • 김남희 – 다큐멘터리 진행자 역

 개인적으로는 홍종현이 등장하는 순간 반가움이 폭발했고, 정우와 김남희 이름이 자막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화면의 밀도가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TVING이 캐스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 총평 — 감정의 깊이가 폭발한 5·6화

이번 5~6화는 단순히 사건 전개를 위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심리가 한꺼번에 폭발한 회차였다.

  • 아진은 더 정교한 괴물이 되어가고,
  • 준서는 죄책감과 사랑 사이에서 무너지고,
  • 재오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견디며 울어버리고,
  • 인강은 의심과 끌림 사이에서 흔들린다.

 다음 회차에서는 아진·인강·준서의 삼각 구도가 본격적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누가 진짜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점점 흐려지는 세계 속에서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시작된 삶이라면, 스스로 괴물이 되는 편이 나을까?” 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