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지 출처: SBS 금토드라마 《우주 메리 미》 공식 포스터
ⓒ SBS / Studio S / 삼화네트웍스 — 본 이미지는 비평·리뷰 목적의 합법적 인용입니다.
✨ 리뷰하는 원숭 버전 — 《우주 메리 미》 전체 리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유난히 “큰 한 방”보다는 천천히 스며드는 작품들이 있어. SBS 금토드라마 《우주 메리 미》는 내게 그런 작품이었어.
회차가 끝날 때마다 소리 지를 만한 명장면이 쏟아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 구석이 차분해지고,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단단해져 가는 느낌이 남는 드라마.
그래서 이번 글은 화제성보다 “감정의 온도”에 초점을 맞춘, 리뷰하는 원숭 버전의 전체 리뷰야.
💫 위장 신혼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톤
《우주 메리 미》의 출발점은 꽤 만화 같아. 경품으로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받게 된 여자, 그리고 그 집을 지키기 위해 위장부부가 되는 두 사람.
표면적으로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공식인데, 막상 깊게 들여다보면 이 이야기는 “내 잘못이 아닌 일들로 인해 인생이 틀어진 사람들”의 복구 기록에 더 가까웠어.
김우주는 죄책감에, 유메리는 상처와 책임에 눌린 채 살아가고 있고, 명순당과 보떼백화점이라는 거대한 배경은 이들의 관계에 현실적인 무게를 얹어 주는 드라마야.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달달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조용한 회복 로맨스”라고 부르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조금씩 다시 믿게 되는 과정. 그게 우주와 메리를 통해 가장 잘 드러나.
🌙 김우주(최우식) — 죄책감 위에서 건강하게 자라난 사람
우주는 어릴 때 겪은 사고 이후, 부모님의 죽음을 계속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살아온 인물이다. 이 정도 설정이면 보통은 어둡거나 비뚤어진 캐릭터로 그려지기 쉬운데, 우주는 오히려 놀라울 만큼 건강하고 바른 사람으로 성장해 있어.
주변에 절친이나 무리가 따로 등장하지 않는 걸 보면 꽤 내향적인 타입 같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무심하거나 냉정한 사람은 아니야.
초반에 메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경계심이 없진 않아. 하지만 메리가 힘들어질 때마다 우주는 결국 “도와줄 쪽”을 선택한다. 술에 취해 다친 메리를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입장에선 꽤나 난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법과 규정의 선을 최대한 지키면서 메리를 지켜주려고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
이건 단순한 착한 남주가 아니라, “죄책감을 경계로 삼아 더 바르게 서 있으려는 사람”처럼 보여.
할머니 고필년과의 관계도 우주의 결을 잘 보여주면서. 회사의 후계 구도 한가운데 서 있는 위치지만, 대표직 권유에도 사실 우주는 회사 자체에는 큰 야망이 없어서, 할머니께 전문 경영인을 고용하기를 부탁드리지.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가족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고, 그래서 권력 싸움보다 사람을 지키는 쪽에 초점을 맞춰져 있어. 이 지점에서 우주는 그냥 로맨스 남주를 넘어, 드라마 전체의 정서적인 기준점이 됐어.
🌼 유메리(정소민) — 시작부터 짠내를 품은 여자
메리는 첫 등장부터 마음이 아픈 캐릭터야.. 자신의 대학 졸업도 포기해가며 전 남자친구인 (전)김우주를 뒷바라지했고, 결혼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외도를 확인하고 이별을 통보 받아. 전세금을 빌려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혼인신고만 한 상태로 이혼을 진행하면서, 메리는 인생의 가장 구질구질한 지점 한가운데 서서 메리의 서사가 시작 돼.
여기에 더해, 어릴 적에는 우주의 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그날의 목격자 딸이기도 해. 경찰서에서 처음 만났던 어린 우주에게, 아빠가 사준 생일 선물을 대신 건네주며 담담하게 위로하던 그 장면은 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오래 남는 이미지 중 하나야.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울며, 아빠에게 말하던 어린 메리의 마음이 시간이 지나서 우주와 다시 마주했을 때, 묘하게 겹쳐 보이는데, 이건 연출의 힘이겠지.
성인 메리는 여전히 씩씩하고, 어떻게든 자기 삶을 꾸려나가려는 사람이야. 경품에 당첨되어 집을 얻기 위한 위장 신혼을 결심하는 것도, 단순히 “좋은 집에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삶이 자기 마음대로 무너지게 두고 싶지 않아서 내리는 선택으로 비춰져.
그래서 메리가 때로는 고집스럽게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생존에 가까운 본능이 숨어 있지.
아역 메리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정소민보다도 더 살아 있는 사투리와 표정으로, 어린 시절의 서사를 아주 맛있게 끌고 가 준 느낌. 이 덕분에 성인 메리가 가진 단단한 성격과 특유의 말투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었어.
🏩 3화 — 감정의 문이 열린 회차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회차는 3화인데. 전셋집에서 쫓겨난 메리가 모텔로 들어가고, 회식이 끝난 뒤 우주가 그곳으로 향하는 밤. 여기서 드라마는 처음으로 “불안”과 “다정함”을 한 장면 안에 겹쳐 보여.
우주는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 않고, 술에 취한 메리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며 걷는데, 모텔 문 앞에서 잠깐 망설이는 표정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어. 회사와의 관계, 메리와의 거리감,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계속 느끼고 있던 묘한 끌림까지.
그 와중에 문 너머에서 메리의 비명이 들리고, 우주는 더 이상 계산하지 않고 곧장 문을 향해 뛰어 가. 오해였지만 시청자 입장으로써는 다행이였지.
이 사건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조금, 하지만 분명히 달라지는 느낌이야. 메리는 여전히 우주의 마음이 부담스럽고, 우주는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하는 사람이라 걱정이 됐었어.
그렇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곁을 지켜주는 사이”로 변해 가면서 3화의 마지막에 메리가 창밖을 보며 “내일은 좀 나을까?”라고 혼잣말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같이 그 문장을 따라 하고 있었더라.
그때, 흔한 드라마의 로맨스를 넘어서, 그냥 오늘을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이였어.
🧊 백상현(배나라)와 윤진경(신슬기) — 날카로움의 이유
백상현은 첫인상부터 차갑고 날렵한 인물이다. 체형도 크고 마른 편이라 화면에 서 있기만 해도 긴장감이 생기더라고. 아마 표정의 변화를 주지 않아서 그런걸거야. 하지만 드라마는 그의 과거를 슬쩍 보여줌으로써, 그가 왜 성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 왜 단단한 갑옷을 입고 살아가는지를 설명해줘서 그래. 전쟁에 나가려면 갑옷은 당연하지. 라고 설득이 돼더라.
보육원에서 자라며 가진 것 없는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들이 결국 그를 지금의 상현으로 만든 셈인데. 그래서 상현의 차가움은 미워하기보다는 이해하게 되는 쪽으로 치우치게 돼.
12화에서 상현이 드물게 웃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의 표정은 그동안의 날카로움과는 전혀 다른 결의 감정이 담겨 있어. 딱 한 번의 웃음이 캐릭터 전체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들더라고.
윤진경은 백상현을 아주 천천히 녹여가는 유일한 인물이야. 극 중에서 진경은 유독 술 마시고 취한 장면이 많은데, 자칫하면 가볍게 보이기 쉬운 연기를 신슬기가 담담하고 진정성 있게 소화해서 정말 봄날의 햇살 최수연 같더라.
그래서 상현과 진경의 관계는 “로맨스”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먼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 그런 관계처럼 느껴어.
두 사람이 좀 더 찐하게 이어지는 장면을 끝끝내 보여주지 않은 건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둘의 호흡은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내내 기분 좋은 부분 중 하나인건 분명해.
🚫 (전)김우주(서범준) — 스트레스 유발형 캐릭터
솔직히 말해서, 이 캐릭터를 볼 때마다 자꾸 볼륨을 줄이고 10초 넘기기 버튼을 눌렀어. 매번.
징징거리고, 책임 회피하고, 상황이 불리해지면 메리에게 다시 매달리고. 드라마라서 어느 정도 순화된 표현을 쓰고 있겠지만, 현실에서 만난다면 전력으로 피하고 싶은 유형이야.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할이 아주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 했다는 거야. (전)김우주는 결국 메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현)우주가 어떤 사람인지 대비시키는 거울 같은 존재가 돼.
메리를 진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끝까지 집과 돈을 우선순위에 두는 태도는 시청자에게 “어떤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아주 강렬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줘.
드라마 속에서 이 인물은 연애도, 일도, 관계도 번번이 실패한 채로 끝이나. 어쩌면 이것이야 말로 이 캐릭터가 존재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어떤 잘못은 결국은 돌아오고, 타인을 도구처럼 대하는 태도는 끝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걸 이렇게까지 진하게 체감하게 만든 건, 결국 분하지만, 서범준의 연기가 그만큼 역할에 깊게 동기화되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해.
🏠 명순당 패밀리 — 빛과 상처가 공존하는 세계
고필년(정애리)은 명순당을 일으킨 일등 공신이자, 이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된 세대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인물인 우주의 할머니야.
전쟁 통에 배고픔을 견디며 살아남았고, 작은 한과 가게를 거대한 기업으로 키운 사람. 그렇다고 권력에 취해 있는 재벌 회장이 아니라,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정도를 지키려는 어른으로 그려진다는 점이 인상적이고 가장 좋았어.
우주와 메리의 관계를 결국 큰 위기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고필년이 가진 사람을 대하는 핵심이 “체면”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증거지.
우주의 고모 김미연(백지원)은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씬을 꽉 채우는 타입이야. 보기 드문 남편 사랑이라 공감이 쉽지는 않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저런 사람도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보게 되는 캐릭터. 백지원이 아니었다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귀엽고도 현실감 있게 잡아준 느낌.
장한구(김영민)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1인2역 인가? 했어. 겉으로는 회사와 가족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욕심과 계획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는 데 더 능숙한 역할이야.
배우 김영민 특유의 날카로운 분위기가 여기서도 잘 살아난다. 이미 다른 작품[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준 얼굴이 떠오르긴 하지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저 사람 또 뭔가 꾸미고 있겠지”라는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정도. 백발 잘 어울리기 힘든데.
장응수(고건한)는 처음엔 빌런 느낌으로 등장하지만, 막상 뜯어보면 그저 부모 사이에서 치이고, 회사 안팎에서 눈치 보며 살아온 사람에 가깝워. 우주를 방해하는 듯 보이는 행동도 사실은 열등감과 불안에서 나온 움직임이라, 끝까지 미워하기는 어렵지. 배우 고건한이 앞으로 정말 선한 역할을 맡으면 어떤 느낌일지, 작게나마 궁금증이 생기는 캐릭터이기도 해. 진짜 선한 역할.
명순당 마케팅팀 사람들 중에선, 오선희 차장은 “아직도 저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가도 어딘가에는 정말 남아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고,
한원석 과장은 조연으로서 큰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지만 차세정 사원(김시은)은 딱 필요한 순간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어.
특히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사진관 뒤통수” 장면은 세정이라는 인물이 가진 귀여운 에너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포인트였다.
🎬 연출 & 연기 & 아쉬움
《우주 메리 미》의 연출은 전반적으로 차분해. 과한 배경음악이나 자극적인 구성이 아니라, 인물들의 호흡과 시선, 작은 제스처에 집중하게 만드는 쪽을 선택한 덕분에 명장면이 폭죽처럼 터지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편안해.
연기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배우들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잘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메리와 엄마 오영숙(윤복인)과의 사투리 대목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
요즘에는 지역 방언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작품들도 많아서, 그 기준으로 보면 조금 덜 다듬어진 느낌이 있었달까. 그렇지만 정소민 특유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결이 워낙 잘 살아 있어서, 결국엔 전체적으로는 메리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게 되고 말지.
가장 아쉬웠던 건, 이야기와 인물이 이렇게 풍성한데도 불구하고 “그 장면 하나 때문에라도 이 드라마를 꼭 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압도적인 명장면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과연 이 드라마는 회자가 될까? 라는 의문이 남네.
(전)김우주의 비중을 조금 줄이고, 우주와 메리, 상현과 진경의 서사를 더 디테일하게 풀어줬다면 훨씬 오래 회자될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
💛 마무리 — 사랑보다 먼저 온 것은 위로
《우주 메리 미》는 “설레는 로맨스 드라마”라고만 말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무거운 가족극”이라고 부르기에도 어울리지 않아.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정체성은, “자기 책임이 아닌 일들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보고 싶어지는 이야기”에 더 가까워.
우주와 메리는 서로를 향해 한 번에 달려가는 타입의 커플이 아니라 계속 망설이고, 오해하고, 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에는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이라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문을 열어볼 수 있어. 그런 과정에서 사랑보다 먼저 도착한 건 위로였고, 그 위로가 서로를 다시 사람답게 만들어 줄거야.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막 기다려지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막상 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품으로 남았어. 하루가 끝나갈 무렵,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를 대신해서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느낌.
그게 바로, 리뷰하는 원숭이 기억하는 《우주 메리 미》의 얼굴 같아.
💛 리뷰하는 원숭의 우주메리미 전체 리뷰를 읽어줘서 고마워. 너는 이 드라마, 어떻게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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